그에게도 하루속히 무학을 전수해 줘야 할 텐데 굳이 거부를 하다니..."
궁예린은 어느새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걸음을 옮기던 궁예린은 문득 고개를 기우뚱 기울였다.
"한데, 유정 그에게는 어딘지 어두움이 서려 있었다. 그것은 결코 가문의 비극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 필시 말못할 사연이 있을 것이다."
그가 어찌 알겠는가? 백리유정이 겪는 갈등과 고뇌를...!
궁예린은 잠시 의혹에 잠겼으나 이내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떨쳤다.
"생각지 말자. 언젠가는 모두 알려질 일... 나 역시 피치 못할 나의 신분만은 그에게 숨겼지 않는가?"
언덕을 지나 구릉 위에 완전히 올라선 궁예린은 순간 신형을 우뚝 세우며 은은히 긴장을 돋우었다.
그의 전면으로 온통 희뿌연 운무에 싸여 있는 절곡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내 냉천이 있는 절운협에 도착한 것이다.
"냉천! 내가 왔소. 내가 왔단 말이오!"
격동에 찬 음성을 터뜨리며 궁예린은 곧 신형을 날려 짙은 운무 속으로 사라졌다.
협곡(峽谷).
마치 호로병처럼 생긴 그곳에 한 채의 장원이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사람의 힘으로 세웠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장원은 거대하고 화려했으며, 또한 누구의 침입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견고했다.
대체 이 험준한 금역에 누가 이런 장원을 지어 놓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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